‘업자 배 불리기냐? 주민 안전조치냐?’
울진군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각종 조경 사업을 놓고 주민들 사이에 논란이 적지 않다.
울진군이 ‘사고 위험’을 들어 10여 년 전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4차선 교차로 등 주요 지역에 심었던 금강소나무들을 다른 지역으로 대거 옮겨 심는가 하면 시가지 도로 주변 주차공간 확보 등을 이유로 수령이 20년이나 되는 벚나무를 대거 베내는 등의 행정행위를 이행한 것.
때문에 “안전사고와 시가지 청결에 대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울진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도가 지나친 측근 챙기기”라는 곱지 않은 여론이 일고 있는 것.
울진군은 지난 3월 울진읍 고성리 교차로와 울진읍사무소에 식재된 대형 금강소나무 38그루에 대한 이식 공사를 했다.
이들 나무들은 대형 사업장인 북면 흥부생활체육공원과 매화면에 있는 울진 마린 CC로 옮겨 졌다.
이에 앞서 2019년 7월에는 7번 국도 울진 연호~남부~고성 교차로 일원에 한 줄로 열식된 대형 소나무 가로수 97그루를 역시 매화면 소재 울진 마린CC 진입로 등지에 심었다.
울진군은 또 20년 4월에는 죽변 진입로인 죽변 버스정류장에서부터 파출소 사거리~ 죽변고등학교 앞까지 왕복 1km가 넘는 거리에 심어진 수령 20년이 넘는 벚나무 150여 그루를 베어버렸다.
울진군은 소나무 이식에 대해서 “2019년 태풍 ‘미탁’에 이어 지난해 ‘마이삭·하이선’등 매년 계속되는 강풍으로 인해 소나무가 쓰러짐에 따라 교통 흐름에도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돼 사전에 이런 재해 위험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라면서 “새로운 곳으로 옮겨 심더라도 금강송의 우수성을 대내외로 널리 홍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죽변 가로수 처리에 대해서도 “봄철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지는 꽃잎과 가을에 지는 낙엽으로 인해 나무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집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데다 도로 주변 주차공간이 부족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잖은 주민들은 “심은 지 10년이 지난 소나무 도복에 대한 조치가 이식밖에 없었나? 나무가 안 쓰러지게 지주대를 좀 더 견고하게 하는 방안 등의 강구는? 그렇다면 10년 전 이 사업을 추진할 때는 강풍에 나무가 쓰러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는 것이냐””라면서 “금강소나무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업 미진과 함께 지난 10년 동안 군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추진됐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변경됐다”며 아쉬워했다.
또 죽변 시가지 벚나무 제거 작업에 대해서도 “‘시가지 청결을 위한 가로수 제거’라는 1차원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낙엽 청소’ 등 나무 인근 주민들의 공공근로 우선 참여를 통해 시가지 경관 조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1석 2조 내지는 1석 3조의 방안을 왜 강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주민은 “대형 소나무를 100여 그루 이상 옮겨 심고, 또 수십년 된 가로수를 키우려면 적잖은 시간과 경비가 드는 만큼 최근 울진군이 보여준 행정에 아쉬움이 많다”면서 “상식 밖의 울진군 행정에 ‘선거 때 도움을 준 측근 챙기기’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주민은 또 “공무원은 인사권자 한 사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행정’이 아니라 다수 군민들을 위해 부당한 것은 ‘NO’라고 말할 줄 하는 소신 행정을, 군의원들 역시 있으나 마나 한 ‘식물 의회’가 아닌 ‘집행부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상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