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자가 살아남는 지혜
준비하는 자가 살아남는 지혜
화재 및 재난, 재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며 위급한 상황으로부터 구조 구급활동을 통해 국민의 재산과 신체를 보호하는 공무원, 바로 나의 직업인 소방관이다.
직업상 화재현장을 볼 때면 많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특히 국민들의 일상에 가장 밀접한 주택화재를 보게 되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크게 느낀다. 소화기 1개만 비치하고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화재가 건물 전체로 번지는 경우를 보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울진의 주택가에서 한 주민의 신속한 조치로 대형 참사를 막은 사례가 있었다. 아파트 3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발생한 화재를 인근에 거주하던 주민이 소화기를 들고 달려가 발화지점에 초동 진화를 성공 한 것이다.
마감조치가 되지 않은 가스밸브에서 누출된 가스에 보일러의 불티가 옮겨 붙어 폭발과 함께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만약 신속한 초기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한 사람의 용기와 판단력은 단순히 불을 빨리 끈 것이 아니라 다수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대형사고를 막은 것으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영웅적인 행동이었다.
119신고 접수를 받고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울진소방서 119대원들이 만난 그 영웅은 다름 아닌 우리 이웃인 평범한 주민이었지만, 그 초기대응의 공로는 소방차를 타고 출동한 모든 소방관들 보다 컸다.
흔히 소화기 1개는 소방차 1대라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소방차 10대보다 큰 능력을 발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소방차의 능력이 크다고 하여도 이미 사상자가 발생한 후에 도착하면 값진 생명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작은 소화기 1대는 생명을 구하는 도구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현재 개정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17년 2월 4일부터는 각 가정마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이 그 대상이다.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 비치하여야 하고, 연기를 감지하여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는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방이나 거실 등 구획된 실마다 하나씩 설치하여야 한다.
동전은 양쪽 면을 가지고 있다. 한쪽 면인 동전은 없다. 소방시설도 양쪽 면을 모두 가져야 한다. 화재를 발견하여 알려주는 면과 초기에 진화를 할 수 있는 양쪽 면을 모두 가져야 하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경보를 발하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작지만 커다란 능력을 발휘하는 소화기, 주택용 소방시설도 두 가지 효용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감지기와 소화기는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떨어질 수 없이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생활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본인의 위험은 스스로 지킬 준비를 하여야 한다.
단순히 생각하여도 멀리서 신고를 받고 달려오는 소방차의 많은 물과 수많은 소방관이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하다 하여도 참사가 일어난 후에는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바로 곁에 있는 작은 소화기 하나를 미리 비치하는 생존의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최근 대형재난 사례를 보면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자가 살아남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 가정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주택용 소방시설 두 가지를 꼭 설치하여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울진소방서 소방행정과 감찰·기획담당자 김 병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