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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방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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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방관이다

어린 시절 나의 장래희망 소방관,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시절의 소방관은 불을 끄러 다니는 위험한 직업으로 타 직종에 비하여 외면되고 있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인식 속에서 그리 인기가 있던 직업은 아니었었다. 하지만 화마 속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관은 마치 영웅처럼 보였기에 어린마음에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다.

119eab5aceca1b0eab5aceab889ec84bced84b0ec9ea5_ec849c_eab5ad_ec8898.jpg 그러한 생각은 학창시절을 지나 장래를 고민할 때까지 이어졌고 생사의 갈림길을 수시로 넘나드는 위험한 직업이지만 사람들을 구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명예로운 면에 이끌려 나는 결국 소방의 길을 걷게 되었고 1992년 1월 포항소방서로 첫 발령이 났었다.

그러나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1990년대의 소방관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근무복도 없어서 군복을 입고 근무를 했어야했고 소방장비들도 지금의 것과 비교하면 아주 조악하고 부실했었다.

급여 면에서도 당시 기본급이 20만원이었는데 그 시절 쌀 한 가마니가 12만원이나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부실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현장 활동 중 상상 이상으로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의 일들을 만나고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또, 그런 출동 이후 내 자신의 소방 활동에 아쉬움이 남을 때면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몇 번이고 고민해보았던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 없이 많은 재난현장 활동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 현장 활동 후 때때로 사람들이 보내준 감사와 응원의 말들은 나의 소방 생활에서 큰 보람과 즐거움이 되었기에 20여년 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소방관으로 살아올 수가 있었던 것 같다.

그간에 내게 다가왔던 재난 현장의 모든 궂은일들은 모두 타인을 위한 일들이기는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의 삶 또한 살찌우게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결코 후회는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내가 소방복을 벗는 그 순간까지 나는 국민의 안전과 나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각종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는 물론,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작은 아픔일지라도 언제나 국민을 위한, 국민을 향한 119가 있음을 기억하시고 끝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소방관들을 지켜보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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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구급센터장 서 국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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