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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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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의 기적

이런 신문기사가 나면 좋겠습니다.

“울진읍내 J 아파트에 사는 김모(28세, 여)씨는 이사 온지 한동안 시달렸던 소음이 최근에 급격히 줄어든 것을 알아차렸다.

잠을 뒤척이던 아기가 낮잠을 잘 자기 시작했다는 것.

김모씨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이가 안 보채네.. 하면서 안도한다.

 

김모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회의에서는 얼마전까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울진군에서 해결하지 못한 7번국도 소음에 대해 중앙에 민원을 신청해놓고 있는 상태다.

J아파트는 울진을 통과하는 7번국도와 근거리에 붙어 있어 차량 소음에 대한 주민 불만이 많은 아파트이다.

주민들이 직접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아파트 옥상의 주간 소음치가 무려 78데시벨로 시위현장의 규제 소음인 75데시벨을 상위하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에 주민들은 군에 방음벽이나 방음터널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법이 보호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도로가 먼저 설치되고 아파트가 나중에 건축되면 엄격한 소음진동관리규제법이 아닌 소음측정 기준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주택법을 적용받는 것에 문제점이 있었다.


김모씨는 베란다 밖으로 7번국도를 바라본다. 차량들이 천천히 줄지어 간다.

승용차들이 1차로를 비워둔 채 2차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달리고 있다.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차량소음이 약해졌다.

추월선에는 간혹 머뭇거리며 추월하는 차량도 있다.

다행히 날쌔게 추월하던 예전의 카레이서들은 아니다.

도로는 잘 뻗은 시원한 강물이 장엄하면서도 도도하게 흐르는 모습이다.

 64.27km 울진의 7번국도는 산과 바다에 둘러싸여 편안하고 안전한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하다.”


울진경찰이 군민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열심히 군민들과 소통하려고 예전에 설치한 장치인데 작동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 장치를 통해 7번국도에서 3명 사망의 대형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니 속도를 낮추는 구간단속을 하자고 제의하고, 언론 투고도 했습니다.

매일 피부에 와닿는 건 역시 교통이었습니다.

그렇게 단체문자를 군민들에게 보낸 게 불과 3개월 전입니다.

당시는 구간단속을 할 기세였습니다.

근데 지금은?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뜨거웠던 의지는 어디로 갔냐고 물을 만도 한데 아무도 안 묻습니다.

괜히 구간단속을 회상시켜 고립심화 트로마를 겪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지역 어르신들은 구간단속을 두고 투표하자며 모임에서도 거론하던 기억이 뇌리에서 사라진 건지요. 아닙니다.

사실은 제의한 당사자인 서장이 의지가 식었습니다.

초기에 예산지원에 대한 긍정신호가 있었으면 불씨를 살려나갔을 것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구간단속 스트레스가 선거 이슈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습니다.


경찰서는 일단 구간단속 마음을 거둬 창고에 넣었습니다.

창고에 넣기 전에 대안을 찾아보았습니다.

당장 생명이 걸려 있으므로 뭔가 대책은 있어야 합니다.

구조와 시설 개선은 기본으로 조치했습니다. 그리고 속도 줄이기 캠페인을 떠올렸습니다.


지금 동네마다 요란하게 나붙은 “7번국도 80킬로로 주행하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직은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이런 방송기사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요즘 울진군민들의 운전속도가 놀라보게 느려지고 있습니다.

 7번국도는 예전 같으면 120, 130 놓고 다니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 80킬로 규정속도로 천천히 달리는 차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7번국도상 차량들이 전체적으로 규정속도를 준수하면서 다른 통과 차량들도 속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찰이 시작한 ”80킬로 주행하기“ 운동에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경찰서 창고에 들어간 구간단속이 다시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데, 어찌 기계에 종속되어 산단 말입니까?

속도 카메라의 감시하에 계기판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충실한 종이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우리의 자유의지로 속도를 낮춰 인공지능시대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인간 본연의 가치와 존엄성을 회복합시다.

나 하나가 천천히 달리면, 다른 사람도 천천히 달리고, 앞뒤로 따라 붙는 차들도 천천히 달리고, 가운데 달리는 차도 할 수 없이 천천히 달리고, 그러면 모두 천천히 달립니다.

여유 있는 도로는 우리가 만듭니다. 자연속의 7번국도는 우리가 주도하여 만듭니다.

심리적 고립, 마음의 위축이 아니라 울진군민인 우리가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7번국도 80킬로로 주행하기”, 군민들의 지속적인 동참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울진경찰서장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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